경숙이 경숙아버지

2009. 1. 30. 09:20유일한 樂!/영화:드라마:책


조절구(조재수)역 정보석

저노무 가시나, 어데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노?

이 판국에 운짱 니보다 더 무서븐 사람이 누가 있겠노

세상인심이 이래 무서불지 누가 알았노!

니가 아무리 첩년이라꼬 이 많은 남정네들 앞에서
그래 궁둥이를 벌렁벌렁 까도 되나.


그라지 말고 딴 길로 돌아서 가입시더.

출처 : http://www.kbs.co.kr/drama/ksfather/


간만에 정말 재밌게 봤던 드라마 <경숙이 경숙아버지>
박장대소 하다가도 눈물 찔끔 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적절한 캐스팅에,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까지 더해지니 볼만한 드라마가 만들어진듯.

해방직후 6.25로 이어지는 암울한 시대배경임에도 이야기는 유쾌하다.
어찌보면 콩가루 집안에,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주인공들은 원망하고 화내기 보다는 체념하고 받아들인다.
그 적응력과 반응이 너무 쿨해서 이게 옛날 얘기 맞어? 놀랄 정도다.

아버지(조절구역 정보석)는 돈만 생기면 나몰라라 식구들 버리고 한량처럼 놀러만 다니고..
친구돈을 훔쳐 도망 가서 흥청망청 써버리고 돌아와
또 다시 큰 돈이 생기자 젊은 여자와 도망가고..
그 와중에 엄마는 돈떼였던 친구(박남식역 정성화)와 눈이 맞아 식구들을 데리고 새살림을 차리게 된다.
경숙이는 졸지에 어무이도 둘, 아부지도 둘이 된 상황;;;

이렇게 보면 이 무슨 가족 드라마냐 하겠지만...
가만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핏줄로 이어진 가족, 정으로 이어진 관계, 사람과 사람 사는 이야기..등이.. 잘 녹아있다.
만화같은 개그가 나올땐 박장대소 하다가도..
주인공들이 속내를 털어놓을 때는 눈물도 찔끔 나는..
진짜 간만에 본 괜찮은 드라마다.

거기에 완성도의 마침표라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캐릭터들!
한 두 장면 나왔던 기생집 아줌마 마저 기억에 남게 하는게 어디 쉬운일인가;
어설픈 연기력이었다면 이 오바쟁이 캐릭터들에게 공감하기 힘들었을거다.
하지만 적절한 캐스팅에 충실한 연기덕에..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이
적당히 못되고 얄밉다가도.. 금방 친근하게 느껴진다.  
오바되긴 했어도.. 진짜 사람 속내가 저러지 않을까 싶은..
수긍이 가게 만든다고 해야하나..

확실히 드라마든 책이든 영화든....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완성도는 캐릭터에 달려있는거 같다.


그럼에도 아쉬운건..
동명의 연극을 드라마로 만들다 보니.. 이 재밌는 드라마가 무지무지무지 짧다는거!!
한참 재밌게 보고 있던 어제..
급작스런 엔딩 분위기에..
이게 뭥미? 'ㅁ';;;;;;

안돼~~ 이런 드라마가 4부작이라니.. 엉엉엉..
뷁만년만에 챙겨볼만한 드라마 발견했다 좋아했건만... 아쉽~
T^T

나중에 재방해주면 꼭들 챙겨보셈! :D